어거스틴(354~430)이 저술한 『신국론(De Civitate Dei)』은 기독교 신학과 철학에 있어 중요한 고전 중 하나이다. 이 책은 "두 도성(두 나라)", 즉 **하나님의 도성(Civitas Dei)과 세속의 도성(Civitas Terrena)**에 대한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 『두 도성』의 배경
이 책은 서기 410년, 서고트족의 로마 약탈 이후 로마 제국 내에서 기독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진 데 대한 대응으로 쓰였다. 많은 이들은 기독교가 로마 제국을 약화시켜 멸망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어거스틴은 로마의 멸망이 기독교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죄성과 세속적 도성의 한계 때문임을 논증하였다.
(1) 하나님의 도성(Civitas Dei)
- 하나님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공동체.
- 사랑과 겸손, 은혜를 따르는 신앙인들로 구성됨.
- 궁극적으로 영원한 천국(하나님의 나라)에서 완성됨.
- 성경에서 말하는 새 예루살렘과 연결됨.
(2) 세속의 도성(Civitas Terrena)
- 인간의 자기 사랑(교만)과 욕망을 따르는 공동체.
- 탐욕과 세속적인 권력을 중심으로 형성됨.
- 역사 속에서 변하고 쇠락하며 궁극적으로 사라질 운명.
- 바벨론과 로마 같은 세속적 국가와 연결됨.
2. 『두 도성』의 핵심 메시지
(1) 역사적 방향성
- 세속적 도성은 변하고 쇠퇴하지만, 하나님의 도성은 영원히 지속된다.
- 세상의 왕국(로마 제국을 포함)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계획 아래 있으며, 하나님의 나라가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이다.
(2) 기독교와 정치
- 그리스도인은 세속적 도성에 살고 있지만, 하나님의 도성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 국가와 정부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이지만, 궁극적인 구원은 국가가 아니라 하나님께 있다.
(3) 참된 시민권
- 기독교인은 로마 시민이든 아니든,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나라 시민이다.
- 세속적 도성에서 살아가지만, 궁극적인 소망은 하나님의 도성에 있다.
3. 『두 도성』에서의 성직자 역할
어거스틴(어거스틴누스)이 『신국론(De Civitate Dei)』에서 제시한 “두 도성(하나님의 도성 vs. 세속의 도성)” 개념 속에서 성직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는 성직자(사제, 주교 등)가 단순한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도성을 지탱하고 세속의 도성 속에서 신앙을 지키는 영적 지도자로서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보았다.
(1) 성직자는 하나님의 도성(Civitas Dei)의 안내자
어거스틴에 따르면, 하나님의 도성은 사랑과 은혜로 이루어진 공동체이다. 이 도성은 세속적 나라와 공존하면서도 다른 가치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직자는 세속의 영향력 속에서도 하나님의 도성을 지키는 영적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한다.
- 신앙의 수호자
- 성직자는 신자들에게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가르침을 전하고, 세속적 가치관에 흔들리지 않도록 돕는다.
- 로마 제국의 몰락 속에서도 기독교 공동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 성경과 교리를 바르게 해석하여 하나님의 도성의 시민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인도해야 한다.
- 예배와 기도의 인도자
- 하나님의 도성은 영원하지만, 이 땅에서는 보이지 않는 현실입니다. 성직자는 신자들이 하나님을 예배하며, 그 나라를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끈다.
- 예배, 성찬식, 세례 등의 성례전을 집례하여 신앙 공동체를 유지하고, 하나님의 도성의 가치를 확립해야 한다.
(2) 성직자는 세속의 도성(Civitas Terrena)에서 빛과 소금 역할
어거스틴은 성직자가 세속의 도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속의 도성(로마 제국을 포함한 세상의 나라들)은 탐욕과 자기 사랑을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성직자는 이러한 곳에서도 하나님의 나라의 원리를 전파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 정치와 사회 속에서의 역할
- 성직자는 세속의 정부와 권력자들에게 도덕적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세속 정부가 하나님의 뜻과 어긋날 때, 성직자는 예언자적 목소리로 사회 정의를 외쳐야 한다. 그러나 어거스틴은 성직자가 세속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경계했다. 성직자는 정치 권력을 잡기보다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윤리적·도덕적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 고통받는 자들을 위한 중재자
- 성직자는 가난한 자, 억압받는 자, 소외된 자들을 보호하고 돌보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당시 로마 제국이 붕괴될 때 많은 난민과 약자들이 생겨났는데, 교회와 성직자들은 이들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성직자는 세속 사회에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며, 하나님의 도성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사랑과 평화)를 현실 속에서 구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3) 성직자는 두 도성 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
어거스틴은 성직자가 두 도성(하나님의 도성과 세속의 도성) 사이에서 영적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것은 성직자가 오직 하나님의 도성만 바라보며 현실을 무시해서도 안 되고, 세속의 도성에 매몰되어 타협해서도 안 된다는 의미이다.
- 현실 속에서 교회를 지키는 사명
- 어거스틴은 성직자가 세속 정부와의 관계를 신중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보았다.
- 당시 로마 제국은 기독교를 공인하였지만, 성직자는 정부의 권력에 종속되지 않고, 교회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인도하는 역할
- 세속의 도성이 혼란스럽고 무너져도, 성직자는 신자들에게 영원한 소망(하나님의 나라)을 바라보게 해야 한다.
- 인간의 도시는 결국 사라지지만, 하나님의 도성은 영원하기 떄문이다.
4. 어거스틴적 관점에서 본 성직자의 정치 개입
(1) 성직자는 직접 정치 권력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 어거스틴은 성직자가 정치 권력을 가지거나, 특정 정권을 지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보았다.
- 그는 세속의 도성은 결국 인간의 탐욕과 자기 사랑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에, 어떤 국가나 지도자도 완전할 수 없다고 보았다.
- 따라서, 교회와 성직자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직접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2) 그러나 성직자는 사회 정의와 윤리에 대해 말해야 한다.
어거스틴은 국가와 정치 지도자가 정의와 윤리를 훼손할 때, 교회가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즉, 교회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사회 정의·도덕·인권 등의 문제에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국민을 탄압하거나 부패한 정책을 시행할 때, 교회는 이에 대해 경고하고 비판할 수 있다.
5. 대통령 탄핵 사태 속 목회자의 역할
대통령 탄핵이라는 문제는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법적·도덕적·사회적 요소가 얽혀 있는 복합적인 문제이다.어거스틴의 관점을 적용하면, 목회자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입장을 정해야 할지 몇 가지 원칙을 도출할 수 있다.
(1)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도덕적 원칙’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 특정 정치인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이 탄핵이 정의로운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 만약 대통령이 국민을 탄압하거나, 중대한 부패를 저질렀다면, 성직자는 이에 대해 비판할 수 있습니다.
- 그러나 단순한 정당 간의 대립이라면, 성직자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2) 교회는 국민을 분열시키기보다 화해와 공의를 추구해야 한다
- 탄핵 문제는 국가적으로 큰 갈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이럴 때 교회는 국민이 서로 갈라지지 않고, 화해와 회복을 이루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 성직자가 특정 정치적 입장에 서서 교인들을 양극화시키기보다,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3) 성직자는 공적인 윤리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 목회자가 탄핵 자체에 대해 직접 찬반을 말하기보다, 공직자의 도덕성과 리더십에 대한 성경적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 예를 들어, "국가는 정의롭고 공의로워야 한다"는 성경적 가르침을 중심으로,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는 이러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3. 결론: 교회와 성직자의 역할
교회가 특정 정치적 입장을 직접 지지하면, 신앙 공동체가 분열될 수 있다. 대신, 공의와 정의의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도덕적·윤리적 문제에는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 대통령이 심각한 부패를 저질렀거나, 국민의 권리를 억압한다면 교회는 이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을 조장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탄핵이 진행될 경우, 교회는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국민이 하나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권력 투쟁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평화와 정의이다.
'종교와 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터 브라운의 「아우구스티누스」 (0) | 2025.03.14 |
---|---|
아우구스티누스의 「자유의지론」 (0) | 2025.03.14 |
이슬람 발생과 기독교의 영향 (0) | 2025.03.14 |
어거스틴 이후 시대별 주요 신학자 (2) | 2025.03.12 |
피터 브라운의 <어거스틴의 생애와 사상> (6) | 2025.03.11 |